방향 전환
처음의 팝글리쉬는 내가 직접 만든 학습용 도구에 가까웠다. 좋아하는 팝송 한 곡을 고르고, 가사와 번역, 한글 발음, 발화, 단어를 한 화면 안에서 반복해서 보면서 익히는 구조였다. 이 방식 자체는 꽤 만족스러웠지만, 쓰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들었다.
결국 이 서비스의 핵심은 노래 한 곡이 아니라, 한 곡을 학습할 수 있게 정리해 둔 세트라는 점이다. 가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번역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한글 발음과 발화, 단어까지 한 덩어리로 묶였을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그래서 앞으로는 단순히 내가 곡을 정리해서 올리는 구조보다, 이 곡 세트 자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플랫폼 형태가 더 맞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기본 구조는 이렇다.
처음 시작할 때는 관리자가 10곡에서 20곡 정도의 기본 세트를 제공한다. 사용자는 이 세트만으로도 충분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즉, 처음 들어왔을 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상태가 아니라, 바로 학습을 시작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두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끝나면 결국 관리자가 만든 자료만 소비하는 서비스가 된다. 그래서 사용자는 관리자가 제공한 곡 세트를 그대로 써도 되지만, 마음에 들면 그것을 가져와서 자기 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게 하려 한다. 번역을 조금 더 쉬운 말로 고치거나, 발화를 본인 입에 맞게 손보거나, 단어 정리를 다시 하는 식이다. 중요한 건 원본을 망가뜨리지 않고, 각자가 자기만의 버전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예 DB에 없는 곡도 직접 등록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이때 입력 부담은 최대한 낮춰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유튜브 ID, 영어 가사, 한글 번역 정도만 입력하면 시스템이 현재의 가사 박스 구조를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자동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어 가사를 넣으면 시스템이 한글 발음을 자동 생성해 주고, 한글 발화는 우선 한글 발음을 그대로 대체값으로 넣어 둔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지만, 사용자가 완성되지 않은 빈 화면을 마주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후에 사용자가 자기 스타일에 맞게 발화 표현을 다듬을 수 있으면 된다.
공개 범위도 중요한 문제다. 사용자가 만든 곡은 공개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개된 곡은 다른 사용자가 가져가서 참고하거나 수정할 수 있어야 하고, 비공개 곡은 본인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또 공개 상태에서 누군가가 이미 가져간 뒤, 원 작성자가 다시 비공개로 바꾸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 이때는 이미 가져간 사람의 복제본까지 막는 게 아니라, 그 이후의 신규 접근만 제한하는 쪽이 자연스럽다고 본다. 그래야 공개와 복제의 흐름이 덜 혼란스럽다.
이 구조가 갖춰지면 사용자는 단순히 제공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에 머물지 않는다. 관리자가 만든 세트를 이용할 수도 있고, 그것을 복제해서 자기식으로 바꿀 수도 있고, 아예 새로운 곡을 등록해서 자기만의 곡 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다. 나중에는 다른 사용자가 만든 곡을 가져와 다시 자기 학습 흐름에 맞게 다듬는 것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커뮤니티 요소도 조금 붙일 생각이다. 곡 세트에 대해 댓글을 달거나, 이모지 같은 가벼운 반응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엄청 무거운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건 아니고, "이 곡 번역이 좋다", "이 발화 표현이 자연스럽다", "이 노래로 공부하기 좋다" 같은 피드백이 쌓일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이런 반응이 있으면 좋은 세트가 더 잘 보이고, 사용자도 혼자 정리한다는 느낌보다 함께 다듬어 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정리하면, 팝글리쉬는 앞으로 노래로 영어를 배우는 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곡 세트를 만들고, 가져오고, 수정하고, 공유하는 플랫폼 쪽으로 가려 한다. 학습 방식의 핵심은 그대로 두되, 그 구조를 더 많은 사람이 자기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지금 생각하는 방향 전환은 바로 그 지점에 있다.